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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2. 12. 17:43 - 알 수 없는 사용자

반 고흐 인사이드: 빛과 음악의 축제

 

 

 

반 고흐 인사이드: 빛과 음악의 축제

 

기간: 2016. 1. 8 ~ 4. 17
장소: 문화역서울 284

 

지난해 용산에서 열린 <반 고흐 10년의 기록 展>을 아쉽게 놓쳤기에 벼르고 있었던 <반 고흐 인사이드: 빛과 음악의 축제>. 디지털 스크린에서 빛과 모션그래픽으로 다시 태어난 미술 작품들을 감상하는 전시는 처음이라 기존의 전시와 어떻게 다를지 매우 궁금했다.

 

전시 주제는 뉘넨의 또 다른 해돋이, 파리의 어느 화창한 날, 아를의 별이 빛나는 밤에, 오베르의 푸른 밀밭에서 등 총 4가지로 나뉜다. 연출을 맡은 감독의 인터뷰에 따르면, 반 고흐의 삶에 따라 달라지는 화풍의 변화에 초점을 맞춰 구성하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또 관람객이 걸어 다니며 전시를 관람하는 기존의 콘셉트에서 여러 스크린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관람 형태로 변화를 주었다고 밝혔다.

 

 

이전에 열렸던 반 고흐 시리즈 전시를 보지 않아 정확히 비교할 수 없지만, 우선 각 섹션 구성은 마음에 들었다. 전시는 ‘고흐’라는 한 인간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그 흐름을 살펴보도록 이어졌다. 또 고흐의 작품과 비교할 수 있는 동시대 다른 화가들의 작품도 함께 등장하여 그 차이를 시각적으로 빠르게 이해하기 쉬웠다. 특히 인상주의의 특징인 점묘화법을 살려 수많은 점이 모이고 흩어지기를 반복하며 작품을 만들어내는 영상이 인상 깊었다. 또한 태블릿 PC를 가까이 대면 사진이 명화 이미지로 전환되는 체험, 특수 안경을 쓰고 고흐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아를의 카페를 가상 체험하는 등 색다른 체험도 관람객의 흥미를 유발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문화역서울 284는 공간 그 자체에 깃든 아름다움과 역사성으로 예술 작품과 잘 어울리는 공간이었다. 스크린에 빛으로 그려진 작품들도, 작품과 함께 호흡하며 전시장을 메운 음악도 좋았다. 하지만 각각 놓고 보면 좋은 요소들이 함께 모이자 미묘하게 어긋나고 있었다. 가장 큰 문제라고 느낀 점은 ‘집중력의 부재’였고, 나는 그 이유를 ‘공간’에서 찾았다. 좀 더 낮고 아담한 공간이었다면 한자리에 앉아서도 집중력 있게 음악과 작품을 모두 감상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기에 문화역서울 284의 천장은 높았고, 공간은 너무 넓었다. 정면, 옆면, 천장에 각각 매달린 스크린으로 시선이 분산되니 집중력이 떨어지고, 한 공간 안에서 작품이 응집되지 않으니 관객에게 전달되는 에너지가 자연스럽게 약해질 수밖에 없다.

 

작품, 주제, 공간, 방법 등 전시 요소가 모두 조화를 이뤄야 좋은 전시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고흐의 푸른 색감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이번 <반 고흐 인사이드: 빛과 음악의 축제>가 매너리즘에 빠진 전시가 아닌 다음 시리즈로 향하는 도전의 길목에 있는 전시이기를 간절히 바란다.

 

Post by Melanell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