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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2. 12. 08:00 - writespica_

사라진 도시의 마지막 흔적을 찾아서 - 로마제국의 도시문화와 폼페이


로마제국의 도시문화와 폼페이

2014.12.09 ~ 2015.04.05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


 세상을 살다보면 지진이나 쓰나미 같은 다양한 자연재해에 대한 이야기를 접하곤한다. 자연은 무한한 창조력을 지녔지만, 그와 동시에 어마어마한 파괴력도 가지고 있다. 그리고 폼페이는 자연의 힘에 의해 모든것을 잃어버리고 역사속으로 사라져버린 도시 중 하나이다.

 사람들에게 폼페이에 대해 묻는다면 다들 화산에 대해서 이야기 할 것이다. 그만큼 폼페이의 결말은 그 어디의 도시보다도 강렬하다. 하지만 모든 것에 끝이 있으면 시작이 있듯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폼페이도 분명 사라져버리기 전 이야기들이 있다. 이 전시는 폼페이의 모든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로마제국의 도시 문화를 엿보다.

 기원전 80년에 로마 제국으로 흡수된 폼페이는 로마 제국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곳이었다. 이 전시는 그러한 폼페이의 모습을 여러 카테고리로 나누어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도시 풍경과 일상, 삶과 예술, 경제활동과 의술까지 다양한 소재를 통하여 로마 제국 도시이자 폼페이의 모습을 그려냈다. 이를 통하여 전반적인 로마 제국의 도시 문화를 확인할 수 있는 이 전시는 심도있는 학습 보다는 호기심을 당기기에 좋은 전시었다고 생각한다.

 전시장을 들어가기 전에 들를수 있는 기념품코너에는 저학년과 고학년으로 나뉘어진 학습자료를 판매하고 있었으니 초등학교 자녀와 함께 방문하는 관람객분들은 참고하여 보다 좋은 학습의 기회가 되길 바란다.


캐스트를 통해 느낀 인간의 무력함

 이 전시의 가장 핵심은 고고학자 주세페 피오렐리(Giuseppe Fiorelli)교수가 캐스트 제작 기법으로 복원한 폼페이 최후의 날에 대한 전시였다. 전시는 시간순으로 일어난 일을 나열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화산 분출물이 도시 전체를 휘몰아 치는데는 1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이미 사태의 심각성을 알아 차렸을때는 늦었다는 소리에 가깝다.

<사진 출처: 국립 중앙 박물관>


 그 누가 도시 전체가 화산 분출물에 덮일것이라 상상했을까. 온 가족이 식당에 모여 앉아 있을때에도 다같이 그자리에서 죽을것이라고 상상이나 할수 있을까. 괴로워 몸부림치는 가축들부터 웅크리고 앉아 숨쉴때마다 짖어지는 화산재를 막으려 입을 막고 앉아있는 남자의 캐스트는 그날의 고통을 느끼게 한다.


최악의 동선과 겨울방학이라는 환상의 콜라보레이션

 규모가 큰 박물관은 동선에 대한 고려를 오래 하고 공간도 넓기 때문에 대부분 한쪽 방향으로 전시하는것과 다르게 작은 기획 전시들은 공간을 아끼기 위해 여러 방향에 전시물들을 배치하기 마련이다. 그것을 어느정도 감안 하더라도 <로마 제국의 도시문화와 폼페이>전시는 동선이 너무 형편없었다.


 먼저 방향에 대한 그 어떤 인디케이터가 존재하지 않았다. 그나마 전시물 카테고리마다 벽 색을 다르게 하여 다음 구역으로 진입했다는 느낌을 주는것 외에는 화살표 하나 존재하지 않았다. 사실 화살표가 하나 존재하긴 했으나 길을 안내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방은 '성'에 대한 전시물이 있기때문에 지도가 필요하다는 내용이 쓰여 있었는데 이 화살표때문에 길을 찾는것은 더욱더 대 혼란이었다. 

 이러한 전시의 경우 최후의 수단은 오디오 해설 번호인데, 이 전시는 그마저도 지표가 되지 못했다. 4번부터 시작한 오디오 해설 번호는 뒤죽 박죽이라 도저히 알 수 없었던 것이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이리저리 다른 방향으로 이동했고 동선은 계속 얽힐 뿐이었다.


 얽히고만 있는 동선에 쐐기를 박은 것은 동영상 전시 부분이었는데, 동영상은 지나치며 볼 수 없기 때문에 동영상 앞에 사람들이 쌓이게 되고 이로인해 길을 아예 막아버렸다. 마지막으로 겨울방항을 맞아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어린 학생들이 더해지며 전시길이 고행길이 되고 말았다.

 전시는 4월까지 준비되어 있으니 지금 가시려는 분들은 조금 기다렸다가 개학이 있는 3월, 그리고 사람이 적은 평일에 즐기는것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