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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1. 27. 00:00 - writespica_

새로운 감각으로 만나는 세계 - <스튜디오 지브리 입체조형전>



새로운 감각으로 만나는 세계 - <스튜디오 지브리 입체조형전>


2014.9.3 ~ 2015.3.1

용산역 아이파크몰 6층 특별 전시장


 떠나고 나서야 느껴지는 소중함이 있다고 했다. 그리고 2014년의 나에게는 그러한 이별이 있었다. 오랜시간을 함께했고, 그랬기에 이렇게 갑자기 떠날줄은 몰랐던 스튜디오 지브리가 역사속으로 사라져 버린것이다. 예전에는 미리 개봉 정보를 듣고는 기대하고 고대하다가 극장에 들어서며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두근거리는 가슴을 붙잡곤 했는데... 하지만 그나마 최근 작품인 <가구야 히메 이야기>가 극장에서 개봉했을때 나는 꽤나 시큰둥했다.

 있을때 잘하라는게 이런 뜻이었을까. 지브리를 잃어버린 지금 나는 그 사실을 너무나 후회하고 있다.


  디즈니, 픽사, 드림웍스같은 세계의 쟁쟁한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보다도 나는 스튜디오 지브리의 작품들을 사랑했다. 같은 동양의 스튜디어여서 더 그들의 감성을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일까? 아니다. 분명한건 그것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진한 향기가 그들의 작품에 있었다는 것이다.


 아쉬움은 그리움으로 번져 나는 그들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기로 했다. 감명 깊게 봤던 작품들을 다시 보기도 하고 12월에 다시 개봉한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극장에서 보기도 했다. 하여튼 '지브리'라고 적혀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따라다닌것 같다. 그 중의 하나가 바로 <스튜디오 지브리 입체 조형전>이었다.


가성비를 따지면 조금은 짧은 아쉬운 관람 시간


<사진 출처: 스튜디오 지브리 입체조형전 소개 페이지>


 위의 전시장 지도를 살펴 보면 무척이나 많은 전시물이 있으리라 기대했을지 모르지만, 안타깝게도 동선은 그리 길지 않다. 세심히 관찰해도 한시간 안이면 충분히 전체를 둘러볼 수 있다.(아마 질주하면 5분이면 끝일것 같다.) 

 입장권이 18세 미만에게는 12,000원이고 성인부터는 15,000원이라는것을 생각했을때 사실 시간상 가성비로는 조금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것은 순전히 '시간'을 환산했을때의 생각일 뿐이므로 안심하기를. 출구로 나가는 것이 아쉬워 다시한번 뒤를 돌아봤을 정도로 이 전시에는 특별한 점이 가득했으니까!


단순히 보는 것이 아닌 지브리만의 세계를 경험하게 하는 전시

 가끔 애니메이션을 보다보면 나도 저 세계에 빨려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하는데, 이 전시야 말로 그 욕망을 가장 가깝게 풀어냈다. 조그만 화면에 갇혀있던 지브리의 세계가 형태를 가지고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 

 고개를 내밀면 하울의 숨겨진 꽃밭이 지평선 너머로 펼쳐지는 곳이 있었다. 거울을 이용하여 끝이 보이지 않는 꽃밭은 가슴을 설레게 했다. 그래픽이 아름다운 꽃밭이어서가 아니라, 하울의 손을 잡고 처음 꽃밭을 본 소피의 감성이 그대로 느껴졌기 때문이리라.

 모든 전시가 그런 식이었다. 단순히 방관자로써 봐야만 했던 원작 애니메이션을 뛰어 넘어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토토로를 만나러 가는 길. 세심하게 덩쿨이 자라난 푸른 숲을 지나 커다란 나무 틈사이로 커다란 숨을 내쉬며 잠든 토토로의 모습을 보는 순간 나는 어느샌가 함박웃음을 짓는 메이가 되어 있었다.


 전시의 마지막에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가오나시와 함께 기차에 올랐다. 가오나시의 어깨에 가만히 기대어 눈을 감으니 동경해온 지브리 작품들의 장면 속에 내가 겹쳐지며 처음 작품을 만났을때의 그 감정들을 오롯이 느낄 수 있었다.


 이제 스튜디오 지브리의 작품이 더이상 세상에 나오는 일은 없을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까지의 작품들이 빛을 잃는것은 아니다. <스튜디오 지브리 입체조형전>처럼 그들의 작품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통해서 더 오랜시간동안 지브리의 작품과 함께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