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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5. 6. 10:00 - writespica_

뮤지컬 <로빈훗> - 우리의 혁명은 숲에서 시작된다.



뮤지컬 <로빈훗>
- 우리의 혁명은 숲에서 시작된다

 

출연: 엄기준, 규현, 박진우, 김아선, 김여진

장소: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

기간: 2015.4.19 ~ 5.25

 

 로빈훗이라는 이름은 우리에게 그리 낯설지는 않다. 다만, 기억속에 강렬하게 남아있는 것은 그가 쏜 화살이 박혀있는 사과뿐. 서울 공연을 무사히 마치고 성남에서 다시 이야기를 시작한 뮤지컬 로빈훗을 접한 그 순간에도 머리속에서는 '왜 로빈훗이 사과를 화살로 쐈더라?'라는 생각 외에는 떠오르는게 없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뮤지컬에서 그런 장면은 없다. 하지만 뮤지컬 <로빈훗>은 심벌이라 할 수 있는 사과대신, 다양한 캐릭터와 그들의 이야기를 가득 담아 관객의 마음을 제대로 조준하고 있었다.

「이매역 바로 근처에 위치한 성남아트센터. 최근 좋은 공연을 많이 보여주고 있다.」


휘몰아치는 사건 그리고 사건!!

 우리의 주인공 로빈훗이 모든것을 잃는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실제 시간을 재본건 아니었지만, 체감상 10분도 채 안된것 같다. 이야기는 초반부터 숨가쁘게 흘러간다. 조금 지났다 싶으면 다음 사건이, 그리고 또다시 다음 사건이 진행되며 계속해서 끊임없이 휘몰아친다. 이말은 결국 지속적인 자극이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가끔 뮤지컬을 보다보면 내면을 표현하는 것에 집중하는 바람에 전체적으로 지루해지는 경우가 많다. 물론 '예술성'을 놓고 논한다면 할말은 없을지도. 하지만 비싸서 자주 볼 수 없는 뮤지컬에서 '예술'보다는 '즐거움'이 중요하다고 본다면, 앞서 말한 '자극'은 2시간이 되는 시간동안 즐거움을 유지할 수 있는 좋은 요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조금 더 설명이 필요했던 캐릭터들의 이야기

 뮤지컬 <로빈훗>에는 주인공 로빈훗과 더불어 많은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크게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는 많지 않았다. 먼저 주인공 로빈훗은 모든것을 잃어버리고 숲에서 혁명을 준비한다. 자신의 모든것을 앗아간 자들에게 복수하기 위해서 시작한 싸움은 새로운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라는 목적으로 점점 커져나간다. 이 부분에서 약간의 이질감이 생기는데, 개인적인 원한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택한것이 제대로된 왕을 세우는 것이라는 것이 연결되지 않아서라고 생각한다.

「출처 - 엠뮤지컬아트 블로그


 그를 이렇게 만든 직접적인 원흉인 길버트를 왜 직접 처단 하지 않고 선택한 방법이 왕권을 바꾸는 것인가? 자신을 배반하고 떠나간 마리안에게 복수하는 것과 필립이 왕이 되는 것과 연결이 되는가? 

 그리고 애초에 왕세자 필립이 왕이 되면 모두 변할수 있는가? 그에게서 좋은 왕이 될 수 있는 이유도 없이 무조건 필립을 왕으로 올리려는 로빈훗과 그의 친구들의 말에 쉽사리 공감하지 못했다.

 끊임없는 물음표가 계속해서 반복되고, 대답을 찾지못한 나의 마음은 캐릭터와 교감하지 못하고 점점 멀어져 갔다. 그리고 결국 로빈훗이 모든것을 이루고 외친 '내가 무엇을 위해 이렇게 한걸까?'라는 말에 내 마음도 방황하고 말았다.


 대부분의 캐릭터가 행동에 대한 정확한 근거가 부족했다. 그 와중에서 오히려 가장 눈에 띄는 캐릭터는 왕세자 '필립'이었다. 왕이라는 자리를 감옥처럼 느끼던 철없는 왕세자 필립은 첫 등장부터 배신과 분노로 얼룩진 초반 극을 확 뒤집으며 활력을 부여했다. 그렇게 웃다가 보면 어느샌가 자라버린 그의 '성장'을 볼 수 있다. 

「필립 왕자의 성장을 극대화 한 노래 '변명' - 뮤지컬 <로빈훗> 홈페이지

 로빈훗과 숲에서 함께하며 가난하고 어려운 시민의 목소리를 누구보다도 가까이서 듣고 왕관의 무거운 책임을 깨우쳐가는 그의 모습은 다소 전형적인 왕자의 성장을 보여준다. 하지만 전형적이면 어떠한가. 그의 성장이 극대화 되어 선택한 죽음 앞, 처형대 앞에서 부르는 필립의 노래에 그의 마음과 동화되어 극에 몰입할 수 있었다.


흥미를 유발시키는 연출들

 뮤지컬 <로빈훗> 이야기의 중심은 친구를 배신하고 돈, 명예 그리고 사랑까지 모두 얻어낸 길버트와 모든것을 잃어버리고 새로운 이름 로빈훗으로 숲에서 살아가는 둘의 대립이라 할 수 있다. 이 대립에 대하여 대사나 노래들로도 충분히 연출하고 있었지만, 가장 극적으로 보여준 것은 표정과 모션이었다고 생각한다.

 모든 것을 가진 길버트는 표정이 없고 모션도 거의 없다. 노래를 부르더라도 정적인 모습으로 노래를 부른다. 하지만 아무것도 가진 것없는 로빈훗과 그의 동료들은 시종일관 밝게 웃으며 큰 모션으로 춤을 추면서 노래한다. 상황과는 정반대인 모습인 그들을 보며 돈과 명예에 대한 부질없음을 그리고 진정한 희망의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

「출처 - 뮤지컬 <로빈훗> 홈페이지


 또한 1부와 2부로 나뉜 극 중에서 1부가 끝났을 때 로빈훗은 필립을 때려 눕힌다. 마치 드라마 마지막 장면에서 궁금증을 유발시키며 끝내놓고 그 장면에서 다시 시작할 줄 알았던 2부는 아예 다른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리고 1부의 마지막 해답은 극의 마지막에 연결 시키며 모든것이 해결된 것같은 감정의 해소를 시킨다. 이 연출도 흥미를 유발시키는데에 일조했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세상에 전하는 메세지

 로빈훗의 대사중에 가장 감동적으로 다가온 대사는 마지막 대사였다. 세상 속 가장 낮은 이들의 '희망'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이는 마치 지금 우리네 세상에 외치는 소리 같았다. 모든 국민들의 가슴을 눈물로 적신 세월호. 그리고 생활고에 지쳐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모든것을 잃어버린 사람들의 가슴속에 꺼져버린 희망의 불씨는 세상을 얼어붙게만 만들고 있다.

 이러한 이들에게 필요한 것이 과연 무엇일까? 얼어붙은 세상을 따스히 녹일 수 있는 힘은 절대 물질적인 것이 아닐 것이다. 로빈훗의 입에서 나온 해답이 마음으로 전해져 얼어붙은 마음이 조금이나마 따스해짐을 느꼈다.



한 줄 평 눈과 귀가 즐거운, 그리고 그들이 마지막으로 외치는 희망이라는 메세지에 가슴 뭉클해지는 뮤지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