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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2. 15. 11:00 - writespica_

이별계약 (A Wedding Invitation, 2013) - 연인의 이별에는 모두 이유가 있다.

이별계약 (A Wedding Invitation, 2013)

-연인의 이별에는 모두 이유가 있다.

감독: 오기환

출연: 펑위옌, 바이바이허, 장경부

장르: 드라마 / 로맨스


 사랑에 속고 외로움에 사무치다 보면 한잔 두잔 기울이는 술잔에 장난스레 나오는 말이 있다. '5년뒤에도 서로 짝이없으면 우리 사귈까?' 사실 이 말에는 여러 의미가 있을 테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이 말은 결국 미래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미래를 담보로 약속하는 것은 어렵고 허무맹랑한 일이다. 하지만 여기 미래를 담보로 오늘의 이별을 택한 한 커플의 이야기가 있어 소개해 보고자 한다. 영화 <이별 계약>이다.

  오래된 커플의 헤어짐 그리고 계약 기간 5년.

 요리사를 꿈꾸는 리싱은 매일 점심마다 차오차오에게 정성스레 도시락을 만들어 주었다. 도시락 속에 가득 담긴 그의 마음에 웃음짓는 차오차오와 그녀가 먹는 모습만 봐도 행복해 하는 리싱은 눈부시도록 너무나 순수한 커플이였다. 첫 고백, 첫 키스... 그 둘의 이야기는 서로에게 언제나 가슴설레는 첫 페이지 같은 것이었다.

 그러한 둘의 순수한 사랑은 대학에 가도 변하지 않았다. 리싱이 손수 만든 음식을 차오차오가 만든 예쁜 그릇에 담아 먹곤 했는데, 그것이 소박하지만 커다란 행복이었다. 차오차오는 특히 그가 만들어 주는 토마토 죽순 스프를 무척이나 좋아했다. 따뜻한 스프처럼 항상 식지 않을 것 같았던 사랑. 하지만, 어느새인가 차갑게 식어버리는 순간이 찾아오고야 말았다.


 차오차오는 상하이로 건너가 자리를 잡고 싶다며 리싱에게 이별을 통보한다. 리싱이 붙잡아 보지만 그에게 차갑게 돌아온 말은 '지금의 넌 나에게 웨딩드레스도 사줄 수 없는 사람이잖아. 서로 꿈을 찾아 떠나자."는 말 뿐. 차갑게 식어버린 그녀에게 리싱은 마지막으로 입술을 깨물고 묻는다.

"얼마나 걸려 네 꿈을 이루는데? 내가 기다릴께" 

"그럼.. 5년으로 하자." 


그 자리에서 작성된 5년간의 이별 계약서. 그 마지막 약속을 나란히 찍어내고 둘은 헤어졌다.


  계약 만료. 달라진 것 그리고 달라지지 않은 것

 리싱은 베이징에서, 차오차오는 상하이에서 자신의 꿈을 찾아나간다. 그리고 시간은 훌쩍 지나가고 어느새 차오차오는 전시회까지 주최하는 당당한 디자이너로 성장했다. 약속한 날이 다가 오던 그때 차오차오는 리싱에게 문자 한통을 받게 된다.

 두근두근 거리는 가슴을 안고 전화를 건 차오차오는 뜻밖의 소식을 듣게 된다. 리싱이 결혼을 한다는 것. 그 길로 차오차오는 리싱이 있는 베이징으로 날아간다. 리싱이 일하고 있는 식당에서 그녀가 시킨 것은 '토마토 죽순 스프' 옛 추억의 맛을 고스란이 담은 요리와 함께 리싱과 5년만에 재회한다. 토마토 죽순 스프의 맛은 그때 그시절에 멈춰 있었지만 정작 리싱은 너무나 많은 것이 변해있었다. 

 그는 이제 가난한 요리사 지망생에서 아시아 대회의 결승전에 진출한 성공한 쉐프로 변해 있었고, 항상 비워져 있을 것 같았던 그의 옆자리는 가게 사장의 딸이라는 나보다도 예쁜 여자가 차지하고 있었다. 그녀는 그를 다시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 하기 시작한다.


 여기서 잠깐, 분명 헤어지자고 먼저 말을 꺼낸 사람은 차오차오였다. 하지만 그녀는 5년뒤에 리싱을 되찾으려고 한다. 왜일까? 단순히 생각하면 눈부신 성공을 거둔 리싱이 아까워져서일까? 지금부터 영화는 그 궁금증을 풀어내기 위하여 달리기 시작한다. 


 어떻게 될까? 사실 결말은 크게 놀랍지는 않다. 하지만 그들이 계약서를 쓴 가게의 마지막 대사가 큰 여운을 남기며 영화는 끝이난다. 


 사실 어제는 발렌타인 데이였다. 사랑을 속삭이기에 너무나 좋은 무대. 하지만 사랑의 뒤에는 이별이 항상 기다리고 있다.  이별을 하면 사랑은 완성되지 않는걸까? 이 물음에 대한 대답은 묻는 이마다 제각각일 것이라 생각하지만, 이 영화는 나에게 그렇지 않다고 대답했다. 리싱과 차오차오, 그들의 사랑에는 '이별'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이 말의 의미가 궁금하다면, 너무 무거운 마음 보다는 조금은 멀리서 제 3자의 사랑 이야기를 보듯이 영화 <이별 계약>을 감상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