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2015. 5. 11. 10:00 - 상자씨

디센던트(The Descendants,2011)




디센던트(The Descendants,2011)

 

감독: 알렉산더 페인

출연: 조지 클루니(맷 킹), 주디 그리어(줄리 스피어)

장르: 코미디,드라마

 



어느덧 벚꽃비가 내리던 4월도 지나가고 5월이 왔습니다. 따스하던 햇살도 조금은 따가워지는 5월, 조금은 나른한 기분으로 창밖의 햇살을 보고 있자니 정말 데이트하기 좋은 계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가정의 달 5월, 애인보다는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조금 더 많았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5월이니까요.

항상 옆에 있어 줄 것 같았던 사람이 갑자기 없어진다면..? 


어떨까요, 멧킹도 갑자기 그런 상황에 직면하게 됩니다. 어느 날 갑자기 보트에 머리를 부딪쳐 코마 상태에 빠져버린 아내, 그녀를 바라보며 멧킹은 다짐을 합니다.

‘지금까지 바쁘다는 핑계로 못해준거 당신이 일어나면 다 해줄게, 깨어나기만 해줘.’


멧킹은 여느 남편들과 똑같았습니다. 어쩌면 더 무관심했는지도 모릅니다. 부동산 변호사라는 직업에 너무나 바쁜 삶을 살았으니까요. 그렇게 별로 해준 것도 없는데 잠들어버린 아내에게 미안하기도하고 야속하기도 했죠. 그러나 의사는 더 야속하게 말합니다. 이제 마음이 준비를 해야 할 때가 왔다고 말이죠. 다른 사람들도 준비할 수 있도록 알리라고 말입니다.



아버지라는 이름의 남자


멧 킹에게는 두 딸이 있습니다. 다른 섬에서 예술대학을 다니고 있는 큰 딸과 말썽쟁이 작은 딸이죠. 딸들과 이야기를 많이 해본 적이 없는 멧킹은 아이들에게 어떻게 해줘야할지 난감해합니다. 자신은 거침없이 욕을 하면서도 작은 딸이 욕하는 것에 화를 내죠. 지금까지 시간을 많이 보냈다면 이런 일은 없었겠지만 그 시간을 메우려면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딸들이, 특히 작은 딸이 엄마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을지 걱정이 되고 어떻게든 상처를 덜 받게 해주고 싶고 아이들과 가까워지고 싶습니다. 하지만 다가가려는 멧킹에게 돌아온 건 큰 딸이 들려준 충격적인 이야기.

‘엄마는 바람피우고 있었어, 내가 그 남자랑 집으로 들어가는 걸 봤어.’



남편이라는 이름의 남자

정신없이 달려가 친구 부부를 만났지만 그들에게 들을 수 있는 이야기 역시 ‘그녀는 외로워했고 그 남자를 정말 사랑하고 있었어’ 이었습니다. 멧 킹은 병원으로 달려가 누워있는 아내에게 욕을 퍼붓습니다. 하지만 아내는 미동조차 없죠. 누구에게도 화조차 낼 수 없는 상황에 그보다 더 어른스러운 큰 딸 덕분에 아내의 내연남이 누군지 알게 됩니다. 그렇게 멧 킹과 두 딸 그리고 큰 딸의 남자친구는 엄마의 내연남을 찾아 나섭니다. 큰 딸과 찾아간 그 남자는 정말 야속하게도 화목한 가정을 꾸리고 잘 살고 있었습니다. 누가 봐도 아름다운 아내와 귀여운 아이들을 데리고 말이죠.

‘난 그녀를 사랑하지 않았어’


아내가 그토록 사랑했다던 남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화가 나서 그를 찾아 나섰던 멧킹은 오히려 허탈감과 미안함을 느끼게 됩니다. ‘내 아내는 나한테도 사랑받지 못한다고 느꼈을거고 그래서 찾은 다른 사랑도 결국은 허상이었구나’ 라는 생각을 하면서 멧킹은 그의 아내에게 사실을 말하지 않기로 합니다. 하지만 이 눈치 없는 남자

‘아니, 두 번이야.’

가끔은 거짓말도 필요할 때가 있는 법인데 아내의 내연남은 그것마저도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굳이 두 번이라 는걸 강조해야했을까요. 자신을 찾아온 그녀의 남편에게. 멧킹은 나오면서 그의 아내에게 키스를 하고 나옵니다. 작고 보잘것없는 소심한 복수. 하지만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복수였을 겁니다.



가족이라는 이름의 우리

그렇게 결국은 한마디 말도 없이 떠나버린 엄마, 이제 세상에는 멧킹과 두 딸만 남았습니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하와이를 대지를 대대로 때로는 자랑스럽게 때로는 힘들게 유지해온 멧킹의 가문 거기에서도 멧킹은 소유주로 부담감이 많이 있었지만 그 땅도 지키기로 했습니다. 그 곳 역시 아내와 딸들과 함께한 추억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곳이니까요. 할머니 대에도 할머니의 할머니 대에도 가족과의 추억이 남아있는 터전이니까요. 아직은 조금 어색하지만 당연하다는 모습으로 소파에 나란히 앉아있는 아빠와 딸들을 보니 미우나 고우나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정말 어쩔 수 없는 가족인가 봅니다.

부모님과 소리 지르고 울면서 싸우고 방문을 쾅 닫고 들어올 수 있는 건 그래도 엄마, 아빠는 날 떠나지 않을거라는걸 알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럼에도 세상에서 날 가장 생각해주는 사람들은 가족 밖에 없으니까요. 누구보다 소중히 생각해야하는 가족인데도 불구하고 항상 가장 가까이에 있다는 이유로 더 소홀해지는 것 같습니다. 오늘은 집에 들어가는 길에 맛있는 거라도 사들고 들어가서 디센던트를 보면서 다 같이 둘러앉아 먹는 건 어떨까요? 영화가 끝난 후엔 아무 말도 안 해도 서로의 마음을 알 수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