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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1. 26. 13:57 - 알 수 없는 사용자

한성필 개인전 <지극의 상속 Polar Heir>

 

한성필 개인전 <지극의 상속 Polar Heir>

2015년 1월 8일 ~ 2월 22일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흔히 남극과 북극을 이야기할 때 펭귄, 북극곰, 얼음과 눈으로 뒤덮인 땅, 바다를 떠다니는 빙하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두 극지방의 역사에 대해선 잘 알지 못한다. 기껏해야 용기 있는 탐험대가 이 땅을 밟은 이후 과학 기지 등 연구를 목적으로 한 사람들이 머문다는 것 정도. 이런 점에서 작가 한성필의 이번 개인전은 대자연의 장엄함과 더불어 이곳에서 어떤 역사가 있었는지를 보여준다.

전시의 제목인 <지극의 상속>에서 ‘지극’은 지축의 양 끝인 남극과 북극을 지칭한다. 또 ‘양쪽 팔을 좌우로 수평을 벌려 왼쪽 가운데 손가락 끝에서 오른쪽 가운데 손가락 끝까지의 가장 긴 직선 거리’, ‘창을 지니고 있음’이라는 의미도 포함하고 있다. 전자는 자연에 대한 인간의 포용력을, 후자는 창이 지닌 방어와 공격이라는 양면적인 성격을 말한다. 이는 과거에는 개발의 대상으로. 오늘날엔 보존의 대상으로 여겨지는 극지방을 잘 나타낸다. 한편 ‘상속’은 이 땅에 내재된 시간과 장소를 인간이 상속받았으며, 우리가 남극과 북극의 환경을 잘 지켜 미래 세대에게 물려줘야한다는 두 가지 의미를 모두 함축하고 있다.

특히 모든 것이 아름다울 것 같았던 이 설원의 땅은 잘 알려지지 않은 핏빛 역사를 지니고 있었다. 과거 탐험대에 의해 북극해에 고래가 많다는 사실이 알려진 후 수많은 사람들이 고래를 포획하기 위해 나서기 시작했다. 살육당한 고래는 불을 밝히는 고래 기름 및 화장품, 의약품 등 인간의 편의를 위해 사용됐다. 또 엄청나게 매장된 석탄이 발견되며 광산 개발이 붐을 일으켰다. 이를 차지하기 위해 여러 나라가 피비린내 나는 전쟁을 펼쳤다. 이 결과 오늘날 고래는 멸종 위기에 처했으며, 고래를 포경하고 가공하기 위해 세워졌던 포경기지는 문을 닫았다. 또 탄광은 폐광되거나 소수만이 남아 그 명맥을 잇고 있다.


30여 점의 사진 및 영상 작품으로 구성된 <지극의 상속 Polar Heir>는 그동안 우리가 지닌 두 극지방의 이미지에서 더 나아가 잘 알려지지 않은 이면의 역사를 동시에 이미지로 제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 겨울이 가기 전에 작가 한성필이 전하는 극지방의 시간, 역사의 흔적, 기억을 만나보는 것은 어떨까.  

 

전시 감상 TIP
전시장 지하 1층과 1층에서는 남극과 북극의 장엄하고 숭고한 풍경과 겹겹이 쌓인 시간의 흔적을, 2층에서는 두 극지방 인간이 남긴 개발의 흔적을 각각 만날 수 있다. 따라서 지하 1층부터 순서대로 살펴보며 작가의 전하는 이야기를 감상하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