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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2. 1. 10:00 - writespica_

짱구는 못말려 극장판: 나의 이사 이야기 선인장 대습격(2015)

짱구는 못말려 극장판: 나의 이사 이야기 선인장 대습격(2015)

감독: 하시모토 마사카즈

출연: 야지마 아키코, 후지와라 케이지, 나라하시 미키

장르: 애니메이션


 벌써 짱구는 못말려의 극장판은 이번이 23번째이다. 엄청나게 기다린다거나 기대하는 작품은 아니지만 왠지 모르게 1년에 한 편씩 보지 않으면 뭔가 허전하게 느껴진다. 아마 짱구 극장판을 기다리는 모든 사람들의 마음이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처음에는 짱구 극장판을 본다고 이야기 하는것이 조금 부끄러웠던 적도 있었던것 같다. 우리나라에서는 짱구는 어린아이들이 보는 만화라는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짱구를 모르는 사람들이 우리나라에서는 찾기 어려운것도 사실. 그런 면에서 짱구는 누구나에게 물어도 아는 공동의 이웃 사촌같은 느낌이 든다. 공동의 이웃 사촌이라는 특징은 그들을 설명할 필요 없다는 접근성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가장 큰 장점은 '궁금하다.'라는 점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이번 극장판도 개인적으로 '이사'라는 제목을 보고 제일 먼저 든 생각은 궁금증이었던것 같다. 짱구가 떡잎마을을 이사간다는 것은 상상도 못했던 일이니까! 과연 짱구 가족은 어디로 어째서 이사 가는 것일까?




  익숙함을 떠나 도착한 멕시코! 하지만 왠지 모르게 익숙하다?

 이사의 결정은 아주 초반부터 이루어진다. 그리고 영화 내도록 멕시코에서 지내는 모습이 나온다. 대부분의 애니메이션에서 익숙한 장소를 떠나 특히나 해외로 나가게 되면 그 지역의 색이 묻어나는 에피소드가 나오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 부분에서 이 극장판은 멕시코라는 새로운 환경을 잘 이용하지 못한것처럼 보였다.

 익숙함의 이유는 아마도 첫번째는 '언어'. 모두가 일본어를 쓴다. 물론 설정상으로는 짱구가 오자마자 멕시코 현지 언어를 금방습득했다고 나오지만, 우리는 그걸 느낄 새가 없었다.

 그리고 두번째는 짱구 가족들의 행동이 평소와 같아서 라고 생각한다. 아빠는 일본에서 처럼 양복을 입고 출근하고 엄마는 또 지각한 짱구를 이상한 수레같은것에 태우고 유치원에 데려다 준다. 이 모습에서 나는 짱구 가족은 어디서나 똑같구나.. 하고 안도감을 주기도 했지만, 멕시코라는 새로운 환경에서의 그들을 보고싶었던 욕망은 충족되지 않았다. 역시 지금 생각해도 아쉬움이 더 컸던것 같다.




  새로운 캐릭터! 하지만 그래서인지 궁금하지 않았던 그들의 이야기.

 지금까지 모든 극장판에서 새로운 캐릭터는 등장했다. 이번 처럼 아예 다른 환경에서 모든 사람들이 새로운 캐릭터 였던 적도 분명 있었다. 하지만 이번 극장판은 정말로 모든 캐릭터들에게 정이 가지 않았다.

 나는 이러한 기분에 대해 명확하게 이유를 찾지는 못했다. 다만, 유추해 보건데 이번 극장판에서 짱구 가족들이 타인 취급을 받아서라는 생각이 들었다.

 짱구 아빠는 거래를 하려는 촌장에게 배척당하고, 우리 마을의 이야기이니 함부로 말하지 말라는 핀잔이나 듣는다. 우리의 주인공인 짱구 가족을 섞이지 못하게하는 그들이 밉고 이해하고 싶지 않아진것은 어쩌면 당연할지도. 도움을 받아도 고맙다 한마디 못하는 촌장의 모습에서 "빨리 짱구 가족이 떡잎마을로 돌아갔으면.."이라는 생각만 가득 들었다.




  짱구스러움(?)이 없는 상황 그리고 해결

 이번 짱구 극장판에서 제작자들이 이야기 하고 싶었던 것은 아마도 극한의 상황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힘을 합치게 되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번 극장판의 최대 실수는 '극한의 상황'이 너무 극한이었다는 것이다.

 사람을 잡아먹는 선인장. 하늘을 나는 헬기도 잡아먹어 버린다. 이 선인장들은 총으로 쏴도 죽지 않고 재생성 된다. 단언컨데 내가 지금까지 본 모든 짱구 극장판 중에 가장 극한의 상황이었고 무섭기까지 했다. 사람을 잡아먹으려고 입을 벌리는 선인장의 모습에서 진격의 거인같은 소름을 느꼈다.

 지금까지의 극장판 중에 장애물이 없는 이야기는 단 하나도 없었다. 그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고 극복하는 것이 대부분의 이야기를 구성하고 있다. 하지만 그러한 장애물이 상식적이지 않고, 조금은 웃음을 자아내는 경우가 많았다.

 예를 들자면 '로봇의 몸으로 바뀌어 버린 아빠!', 'B급 요리를 만들어 내는 소스를 지켜라!', '흰둥이 엉덩이에 붙어버린 폭탄을 제거하라!' 등이다. 하지만 이런 조금은 웃긴 장애물 속에서도 극복해 가며 얻어내는 진실한 감동이 짱구 극장판이 가진 최고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번 극장판은 정말 위험했고, 무서웠다. 그래서 짱구스러움이 조금 부족했고, 매력적이지 않았다.




여러면으로 봤을 때에도 이번 극장판은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1년동안 기대해 온 만큼 아쉬움도 크다. 하지만 괜찮다. 앞으로 매년 짱구 가족은 나에게 다른 이야기들을 보여줄 것이기에. 올해 또한번 찾아올 다음 극장판에 희망을 걸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