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배달부 키키(魔女の宅急便, 1989)
감독 : 미야자키 하야오
장르 : 애니메이션
시작, 그 설렘과 두려움
아직 누구도 지나간 흔적이 없는, 하얀 눈이 소담스럽게 쌓인 길에 첫 발을 내딛을 때의 기분을 떠올려본다. 조심조심 내딛은 한 발, 그리고 두 발. 나의 발자국만 오롯이 찍혀 있는 그 길을 보며 느끼는 왠지 모를 짜릿함과 뿌듯함. 한 번도 가지 않은 길에 첫발을 내딛는 것은 언제나 조심스러우면서도 설레는 일이다.
처음으로 걷기 시작하던 날. 처음으로 아빠, 엄마를 말하기 시작하던 날. 처음으로 학교생활을 시작하던 날. 한 인간의 삶은 언제나 처음과 시작의 연속이다. 이 중 가장 힘든 시작은 홀로서기가 아닐까. 그동안 나를 지켜주던 포근한 울타리에서 벗어나 하나의 독립된 인간으로 모든 일에 책임을 지기 시작하는 이 순간부터 우리는 선택의 순간과 끊임없이 직면하고 무거운 중압감에 시달린다. 그래서 마녀배달부 키키의 이야기는 몇 번이고 다시 보아도 새롭다.
'홀로서기'라고 이름 붙여진 길은 잘 포장된 도로가 아니다. 울퉁불퉁 자갈길도 펼쳐질 것이고, 꼬불꼬불 돌아가는 꼬부랑길도 있을 것이고, 까마득한 낭떠러지 옆을 지나는 아슬아슬한 길도 만날 것이다. 그러나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으며, 뜻이 있는 곳에는 길이 있다고 했다. 필자가 그랬듯이, 키키가 그랬듯이 그 길 어딘가에서 분명 당신은 위로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누군가를 만나게 될 것이다. 그러니 학교, 직장, 결혼 등 제각기 이유는 다르겠지만 낯선 곳에서 이제 막 홀로서기 위해 첫발을 내디딜 그대, 힘내요.
한줄평 <마녀배달부 키키> 세상의 모든 ‘나 혼자 산다’ 회원님들에게 바치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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