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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1. 15. 00:00 - writespica_

잊지못할 첫사랑의 시작 - 건축학개론(Architecture 101, 2012)


건축학개론(Architecture 101, 2012)

감독: 이용주
출연: 엄태웅, 한가인, 이제훈, 수지
장르: 멜로/로맨스


 모든 일에 ‘처음’이라는 수식어가 붙으면 특별해 지기 마련이다. 처음으로 아이가 불러준 엄마라는 이름에 뭉클해 하고, 그 해 처음 내리는 눈을 보며 더 가슴 깊이 겨울을 맞이하듯이. 특히나 사랑이 ‘처음’ 시작되는 그곳에는 남몰래 우리가 내려놓은 소중한 기억이 자리잡기 마련이다.
 봄날이 찾아온다는 사랑, 그 처음에 심어놓은 당신의 기억에는 어떤 꽃이 피어있는가? 눈을 감고 미소가 피어 오르게 하는 첫사랑의 기억을 담은 영화 <건축학 개론>을 소개해 본다.


아직 여물지 못한 탓에 감도는 떫은 맛, 첫사랑

 가수 서영은이 부른 '내안의 그대' 노래 가사에는 첫사랑에 대한 구절이 있다. "어떡하죠. 첫사랑은 슬프다는데. 나 지금 누구라도 사랑하고 올까요." 이 구절속에서 우리는 첫사랑에 대한 암묵적인 룰을 엿볼 수 있는데, 그건 첫사랑은 이룰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왜 첫사랑을 이룰 수 없을까? 이것은 비단 첫사랑만이 주요한 공식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아마 '시작'이고 '처음'이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준비하지 못한채, 아니 준비를 했다 하더라도 찾아오는 이 처음 느껴보는 감정에 우리는 중심을 잃고 무너지는 것이다. 

 건축학 개론에 등장하는 승민 역시 처음 찾아온 사랑 서연을 만나고 첫사랑의 공식 앞에 서게 된다. 이변은 없었다. 그는 처음 느끼는 사랑이라는 감정에 철저하게 휘둘린다. 그리고 그 모습을 함께 지켜보며 우리도 과거의 기억 한쪽으로 묻어버린 첫사랑을 떠올린다. 

 아마 대부분이 과거의 어리숙함에 이불을 차며 괴로워 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아무리 의연하게 생각해도 첫사랑에서는 여물지 못해 피어오르는 떫은 맛이 있다. 그리고 그 감정을 이 영화에서 숫기없는 캐릭터인 '승민'을 통해 더 강하게 느끼게 한다.


첫사랑을 하는 과거와 여러번의 사랑으로 굳어진 현재의 대비

 이 영화는 현재로 시작해서 과거로 꾸며져 있다. 색채도 대비되면 더 강렬하게 느껴지듯이 첫사랑에 철저히 흔들리던 과거의 두 사람과 여러 사랑을 거쳐온 현재의 두 사람을 한번에 보여준다. 이 부분이 나는 무척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우연은 자주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다!!

 우연이 가장 달콤할 수 있는 건 한 방향으로 흘러갈 수 밖에 없었던 일이 하나의 우연을 만나 새로운 결과를 창출해 냈을 때가 아닐까. 그 의외성에 가슴이 떨리는 것일테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우연이라는 장치가 그다지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솔직히 너무 몰아치듯한 우연이 결국 결과를 허망하게 만들어 버리고 말았다고 생각한다.

 몇번의 우연한 엇갈림보다는 단 한번에 우연한 만남을 보고 싶었다. 엇갈림 때문에 이루어 지지 못한 첫사랑 보다는 우리의 미숙함이 이루지 못한 첫사랑이 더 현실적이지 않았을까? 물론 이 우연들이 모여 더 안타까운 첫사랑이 된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그것이 나의 첫사랑을 대변하기 보다는 영화가 그려낸 첫사랑 처럼 느껴져서 조금 아쉬웠다.


한줄평 <건축학개론> 절대 돌아갈 수 없어 더 아련한 첫사랑의 기억을 담은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