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이데이 나잇 라이츠 (Friday Night Lights, 2004)
- 불빛이 꺼진 자리에, 삶이 있다.
감독 : 피터 버그
출연 : 빌리 밥 숀튼, 데릭 루크
장르 : 드라마, 스포츠, 액션
텍사스주의 작은 마을 오데사. 석유 붐이 지나가고 쇠락한 마을에는 스산함이 감돈다. 미식축구 시즌만 빼고. GO! MOJO!!(퍼미안 고등학교의 미식축구 팀의 별칭이다)를 외치는 사람들 사이에 17살의 어린 소년들이 있다. 시즌 중의 마을은 비장하기까지 하다. 경기가 있는 날은 가게를 비우고 경기를 보러간 채 "Going to State"라는 간판을 걸어둔다.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주민들과 달리 미식축구가 삶인 이들에게는 경기는 결코 열정과 재미만이 아니라 시련과 불안, 그리고 고독이다. 영화의 원작인 동명의 책은 주챔피언 타이틀을 위해 달려가는 동안의 시련과 극복을 통해 스포츠의 맹목성과 선수가 아닌 소년들의 삶을 보여줬다. 영화 속의 소년들은 어떠할까.
“Can you be perfact?”
퍼미안 팬더스의 주력 선수는 단연 부비 마일즈이다. 미식축구 선수가 되기 위해 태어난 듯 완벽한 부비. 미식축구가 전부인 오데사에 그는 영웅이다. 그러나 주챔피언쉽 경기가 시작되자마자 부비는 심한 부상을 입는다. 영화는 그를 잃고 진정한 ‘Team’으로 거듭나는 모조를 그린다. 팀의 수장인 게인즈 감독은 언제나 팀원들에게 말한다 “완벽해질 수 있겠나?” 엄청난 부담감에 시달리는 선수와 감독 자신에게 주문이라도 걸듯이. 그러나 영화의 말미에 그는 이 말의 의미를 설명한다. 완벽함은 승리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고. 동료의 똑바로 쳐다볼 수 있는 것. 그만큼 최선을 다하는 것. 서로에게 부끄럽지 않는 것. 그것이 그가 반복한 ‘완벽함’이라고 말이다.
VERY American
미식축구는 대표적인 미국의 스포츠이다. 가장 미국적인 스포츠로 미국인들의 열광을 받는다. 터치다운을 향해 한발한발 나아가는 게임의 기본 형식은 미국의 개척정신, ‘프론티어 정신’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 스포츠를 주제로 한 프라이데이 나잇 라이츠 역시 미국의 사회의 경제적, 사회적, 인종적, 젠더적 모습을 총체적으로 잘 보여준다. 석유 개발 붐이 지나간 황폐화된 도시에서 승리를 향한 도착적인 열망은 그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유일한 길이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상징적으로 그들의 자존심을 세워줄 수 있기 때문만이 아니라, 부족한 자원을 딛고 개인이 성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영화 주챔피언 경기장을 정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인종 간의 긴장(‘역차별’로 발현되는)도 흥미롭다.
선수들, 소년들
완벽함의 의미를 깨달아가는 과정은 결코 녹록하지 않다. 그들은 player이기 이전에 실제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부비는 미식축구가 전부였다. 그는 그걸 잃는다. 마이크는 미식축구를 통해 엄마를 실망시키지 않으려 노력한다. 하지만 동시에 그는 오데사와 엄마 곁을 떠나고 싶다. 도니는 자신을 인정하지 않는 아버지를 이해하려 애를 쓴다. 이들과 이들을 둘러싼 사람들에게 미식축구는 과거의 영광이자, 미래의 불빛이자, 현재의 불안이다. 미식축구는, 단순한 게임이 아니라 그들의 행복이자 시련인 것이다.
인생은 스포츠처럼 승패가 갈리고 끝나지 않는다. 게임 전이 있고, 게임이 끝나고 난 후가 있다. 주챔피언이었던 도니의 아버지는 도니에게 그가 주챔피언이었던 1년간의 기억. 그것이 그의 인생자체였다고 말한다. 그 1년으로 평생을 살아가는 거라고. 소년들은 도니의 아버지보다는 한 발 나아갈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 경기장의 불빛이 꺼진 뒤에도, 인생은 거기 그 자리에 있기에.
한 줄 평 아주 멋진, 스포츠 장르이기 전에 드라마인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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