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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4. 9. 10:00 - 알 수 없는 사용자

스물(Twenty, 2014) - Youth is wasted on the young?


 

스물(Twenty, 2014)
- Youth is wasted on the young?
 

 

감독: 이병헌

출연: 김우빈, 준호, 강하늘

장르: 코미디, 드라마

 

김우빈, 준호, 강하늘이라는 꽃미남 삼인방 보다 더 관심을 끈 것은 영화가 <써니>, <과속 스캔들>의 각색을 맡았고, 독립영화제 관객상을 수상한 <힘내세요 병헌씨>를 연출한 이병헌 감독의 작품이라는 사실이었다. 한국 정서에 맞는 영화를 젊은 감각으로 풀어가는 감독이라고 생각하던 터에 스물의 개봉소식을 듣고 기대가 되었다. 가볍게, 그러나 아주 의미 없지는 않게 이야기를 끌어갈 줄 아는 이병헌 감독의 영화, <스물>이다.

 

 


이상과 현실의 갈림길에서

엉뚱한 이유로 삼총사가 된 치호, 동우, 경재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스무 살이 된다. 학생에서 성인으로(사실 아직 학생인 것은 변하지 않는데도), 한꺼번에 몇 계단을 뛰어오르듯 갑자기 주어진 수많은 선택의 미로에 선 것이다. 스무 살, 청춘, 젊음, 나아가 인생에서 주어지는 가장 큰 숙제와의 첫 대면이 시작된다. 두 개의 갈림길에서 경재는 묻는다. 이상을 택할래, 현실을 택할래? 돌아오는 대답은 변변치 않다. ‘왜 꼭 지금 선택해야 해?’ 사실 스무 살이 된다는 것도 다른 나이처럼 한 살 더 먹는 것에 지나지 않는데, 우리는 너무 많은 의미를 스무 살에 부여하곤 한다.

“사람들은 우리한테 좋을 때다 그러는데, 애매하게 뭐가 없어”

내 스무 살도 정말 그랬다. 지금 당장 뭘 해야 할 것 같긴 하고, 남들 보면 되게 행복한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정작 나는 불행하진 않지만 뭔가가 부족하고, 뭘 해보려고 해도 막상 결정할 수는 없고. 그래서 이 세 사람이 모여 계속 ‘이대로는 안돼’라고 말하는 게 이해가 갔다. 뉘앙스는 다르지만 나 역시도 공강 시간마다 친한 동기와 카페에 엎드려 비슷한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

조지 버나드 쇼는 Youth is wasted on the young이라는 명언을 남겼다. 이 말은 ‘젊음은 젊은이들에게 주기에는 너무 아깝다’고 번역 된다. 젊음은 젊은이들에 의해 낭비되는 아까운 보물이다. 하지만 현실과 이상의 갈림길은 사는 내내 불쑥불쑥 다시 나타날 터이다. 만약 우리가 스무 살 언저리에 만난 첫 번째 갈림길에 서서 망설이고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서성거리며 막연한 고민에 잠겨보지 않는다면 이 이상한 낭비적 고뇌는 언제고 더 크게 뒤통수를 때릴 것이다. 어쩌면, 젊음은 잠시 낭비되어야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스무 살 언저리에 말이다. 그래서 스무 살이 특별한 것이 아닐까.

 

 


참을 수 없는 존재, 혹은 연애의 가벼움

이들의 ‘진지한’ 인생고민은 채 30초를 가지 않는다. 항상 귀결되는 것은 ‘섹스’, ‘꼬추’ 이야기다. 유아적일 정도로 직설적인 화법에 당황스럽기도 하다. 섹스가 스무 살 남자에게 끼치는 영향이 어느 정도 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존재를 고민하는 이때에 존재를 확인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관계라는 것은 분명하다. 애정을 받고, 애정을 줄 수 있는 상대를 찾는 것. 그래서 ‘스무 살에 이렇게 시시하게 보낼 수는 없어!’라는 이들의 고민의 대답에 따라오는 ‘우리 섹스하자!’가 비약적이지만 공감 섞인 웃음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반대로 섹스가 가볍다면 한없이 가볍게 회자될 수는 있지만 그 실재는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것처럼, 이들의 고민도 그러하다. 이상과 현실, 그리고 나에 대해서 아무 것도 결정할 수 없지만 그 결정을 미룬 대가도 고스란히 내가 감당해야 한다. 치호는 그 것을 감당하는 중이다. 이상을 선택했지만 현실의 벽을 마주보고 선 동우는 ‘나는 지금 행복하다’고 주문을 건다. 맹해보이지만 현실을 택한 경재는 좋아하는 사람에게 ‘너 참 독하다’라는 말을 듣는다. 경재가 진주 선배에게 반한 것은, (물론 외모도 있지만) 현실에 발을 담그고 있으면서도 이상을 쫓는 그녀의 모습이었다. ‘젊은이의 역할은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다’(사실 정확한 대사는 잊어버렸다)라고 읊조리는.

결국 한량도, 범생이도, 고학생도 모두 각자 삶의 무게를 버티려는 중이다. 이렇게 말하면 엄청 무겁게 들리지만, 그냥 우리는 살아 낸다. 그리고 이를 지탱해주는 것은 친구와 사랑하는 사람. 이 관계들이다.

 


치호, 동우, 경재의 ‘그녀’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정은 부각되지만, 영화 속 그녀들의 위치는 미미하다. 분명 이들이 서로만큼 위로를 받고 성숙하게 되는 것은 그녀들을 통해서이다. 섹스만큼 그녀들과의 관계에서 세상에 자리를 찾아 가는데, (섹스도 물론 중요하고) 영화 속 그녀들은 철저하게 대상화되어 있다. 치호, 동우, 경재의 성적 대상으로서, 혹은 성적 판타지의 투영물로서만 등장하는 그녀들이 불편했다. 주인공이 모두 남성이지만, 이들과 함께 존재를 고민하고 관계 속에서 성숙해지는 주체로 등장할 수는 없었을까. 아쉬움이 남는다.

 

 

한 줄 평 한심한, 무모한, 유쾌한, 그래서 더 현실적이고 공감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