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와 앨리스(Hana & Alice, 2004)
- 봄, 그리고 청춘의 스냅사진
감독: 이와이 슌지
출연: 스즈키 안, 아오이 유우
장르: 멜로/로맨스
영화는 내도록 두 소녀의 스냅사진으로 어우러졌다. 사진은 영상보다 더 작은 조각의 시간만큼 밖에 담을 수 없지만, 그만큼 더욱 빛나는 순간만을 담기 마련이다. 마음속에서 솎아낸 빛바랜 시간을 덜어버린, 봄 햇살처럼 찬란한 청춘의 빛나는 순간을 담아 엮어낸 스냅사진… 이것이 내가 영화 <하나와 앨리스>를 보고 느낀 첫 감정이다.
영화 <하나와 앨리스>는 네슬레사의 초콜릿과자인 ‘KitKat' 발매 30주년을 맞아 만들어낸 4편의 단편 영화로 시작되었다. 이때 당시 일본은 인터넷을 이용한 광고방식이 인기를 끌었고, 그 방법 중 하나로 광고 페이지에 영화를 무료로 개봉하여 사람들의 발걸음을 유도하는 작전을 펼치기도 하였다. 네슬레사 역시 이러한 흐름에 발맞추어 주요 소비층인 10대를 위한, 그들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를 <러브레터>로 잘 알려진 “이와이 슌지” 감독에게 의뢰하여 제작하게 된 것이다. 당초 2개월간 50만명의 시청을 목표로 제작된 이 단편영화는 298만 건이라는 대 기록을 세우며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고 결국 장편으로 재탄생되는 영광을 얻게 되었다.
이 영화가 단편 영화에서 장편 영화로 바뀌게 된 사실을 모르고서라도 이 영화가 흐름이 어색하다는 사실은 금방 느낄 수 있다. 군데군데 덧대어진 이야기의 흐름이 몰입해가던 감정을 흩트려놓는다. 다시 주섬주섬 감정을 모아 잘 이어가다가도 어느 샌가 또다시 어지럽게 흩어져 버린다. 이 영화를 지루하다고 느낀다면, 아마 이 부분 때문일 것이다.
"이 영화는 결코 결론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
하나하나 완벽하게 이어져 있지 못한, 약간은 얼기설기 짜인 이야기는 결국 끝으로 갈수록 목적을 잃어버린다. 그렇기에 완성도 있는 스토리나 몰입성이 강한 스토리를 원한 사람들에게는 차마 좋은 영화라고는 추천하기 어려울 듯하다. 하지만 이 영화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재미있는 점은 우리의 학창시절 추억도 이처럼 기억 저편 속에서 미완성인 채로 남아있다는 점일 테다. 마치 스냅사진처럼… 순간을 이어놓은 추억은 사실 저런 형태인 경우가 많다. 짝사랑한 옆 반 남자아이의 기억도, 친구와 함께 즐겁게 떠들던 기억들도 전체의 기억이 아닌 큰 사건들만이 나열된 앨범과 같다. 이 영화는 그때의 추억을 쏙 빼닮았고, 상기시키며 결국 행복한 추억의 길로 나를 인도한다. 보고나면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도 아마 이 때문일 것이다.
영화를 정말 관객의 입장에서만 보는 나로서는 ‘영상미’라는 단어가 생소하게만 느껴진다. 하지만 이 영화는 내용과 음악을 내버려 두고서라도 영상의 아름다움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느끼게 해주었다. 모든 것을 자연의 빛으로 빚어낸 듯한 색감은 영화를 보는 내내 눈을 즐겁게 한다. 그 어느 곳에도 화려한 빛은 없고 알록달록하게 많은 색들이 나를 어지럽히지도 않는다. 그저 있어야 할 곳에 빛이 있고, 그들이 있고 화면을 만들어 나간다. 그리고 그것은 특유의 분위기를 만들어 내어 맘속으로 잔잔히 퍼져나간다. 이러한 수려한 영상미는 영화를 보는 당신에게 색다른 감동을 자아낼 것이다.
10대 소녀의 순수한 사랑이야기. 얽혀버린 세 사람의 시선, 감정… 하지만 이야기의 중심은 두 소녀의 사랑이 아닌, 그렇게 찾아온 사랑을 통하여 소녀들이 성장해 나가는 모습이다. 마치 당신의 봄 햇살과도 같았던 학창 시절 추억의 따스함을 간직하고 있는 영화 <하나와 앨리스>를 당신에게 곱게 접어 보내본다.
한 줄 평 청춘의 회상하게 만들며 웃음 짓게 만드는 손때 묻은 빛바랜 스냅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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