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2015. 5. 15. 10:00 - writespica_

헬로우 고스트 (Hello Ghost, 2010) - 가족은 당연하지 않다



헬로우 고스트 (Hello Ghost, 2010)
- 가족은 당연하지 않다

 

감독: 김영탁

출연: 차태현, 강예원, 이문수, 고창석, 장영남, 천보근

장르: 코미디


 5월에는 유난히 가슴을 울리는 단어들이 달력에 표시된다. 사랑스러운 어린이들의 웃음소리가, 항상 나보다 한발짝 앞에서 인자하게 웃으시는 스승님의 등이 표시되는 5월. 특히나 저며 오는 가슴을 움켜쥐게 하는 건 ‘어버이’라는 글자일 테다. 

 가족이라는 단어는 어버이에서 시작하여 나로 이어지며 하나의 원을 형성한다. 때로는 원을 지키는 것만으로도 벅차오고, 가끔은 끊어지기도 하지만 어느 샌가 돌아보면 다시 원으로 둘러싸여 있다. 어느 쪽으로 기대어도 무너지지 않는 원이기에, 안심하고 기댈 수 있다. 하지만 그 소중함을 우리는 아주 쉽게 잊어버리곤 한다.

 

 여기에서 이 영화 이름을 꺼내면 이미 대단한 스포일러인 셈이지만, 이미 나는 가족이라는 주제를 영화 ‘헬로우 고스트’로 풀어나가고자 결심했다. 지금까지 여러 가지 가족 영화를 봐 왔지만 헬로우 고스트는 조금 특별한 의미로 다가왔기 때문일 테다.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하는 남자


 영화는 한 여관에서 시작된다. 이 남자는 첫 등장부터 어둡다. 손에 한가득 수면제를 쥐고 입에 털어 넣는다. 다른 영화였다면 이 부근쯤에서 이 세상 모든 슬픔을 가득 품은 것만 같은 나레이션이 들리겠지만, 안타깝게도 이 주인공은 죽고 싶어도 맘대로 죽지도 못하는 정말이지 불쌍한 남자다. 


 수면제를 한가득 물어도, 강에 뛰어들어도 묘하게 살아남는 이 남자. 깨어보니 이제는 남들 눈에는 보이지도 않는 사람들까지 보이기 시작한다. 병원에서 담배를 피워대는 골초에 간호사들 묘한 포즈 취하게 연출하는 변태 할아범. 하루 종일 죄송하다며 울어대는 여자에 쫄랑쫄랑 따라다니며 신경 긁는 초딩 꼬마……. 하루라도 빨리 죽고 싶은 이 남자에게 내려진 특명은 이 유령들의 소원을 하나씩 들어주는 일이다.


생애 마지막 소원, 당신이라면?
 남자는 이 유령들의 소원을 하나씩 하나씩 이루어 나간다. 얼마나 한이 맺혀 이승을 떠도는 건가 싶지만 의외로 유령들의 소원은 간단했다. 사진기를 찾는 일. 보고 싶었던 영화를 보는 일. 드라이브를 가고 맛있는 저녁상을 차리는 일……. 무엇하나 어려운 일이 없다. 하지만 이러한 중구난방의 소원들은 묘하게 공통점을 지니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남자’와 함께 하는 일이라는 것. 


 이미 눈치 챘으리라 믿는다. 저들은 모두 남자의 죽은 가족들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들이 이승을 떠돌면서 그토록 원하던 일은 사랑하는 나의 가족들과 함께 하는 일이었다. 지금 소원을 빈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마 돈과 명예를 택할지 모른다. 하지만 당신이 지금 당장 죽는다면 어떤가? 돈이 중요할리 없고 명예가 중요할리 없다. 그저 소중한 사람과 함께이고 싶을 것이다. 



조금만 생각하면 바로 이해되는 이 단순한 진리를 우리는 너무 쉽게 잊고 무너트린다. 그리고 이 영화는 그 단 하나의 진실을 숨김없이 보여준다. 아무런 과장 없이 그저 하나씩 하나씩 펼쳐 보여준다. 가족이라는 말이 단순하지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듯이…….  


 푸르름이 가득한 5월. 이 영화를 가족들과 함께 보고 멋적은 웃음으로 저녁을 함게하길 바란다. 그것이 어떤 누군가에는 소원이고 바람이라는 것을, 가족이 항상 함께한다는 것이 절대 당연하지 않은 것을 잊지 말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한 줄 평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 항상 곁을 지켜주는 가족에게 다시 한번 감사함을 느낄 수 있는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