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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3. 24. 10:00 - 알 수 없는 사용자

와일드 차일드(Wild Child, 2008) -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있으랴

 

 

와일드 차일드(Wild Child,2008)
-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있으랴

 

감독: 닉 무어

출연: 엠마 로버츠, 알렉스 페티퍼

장르: 코미디, 드라마

“파피, 무어!!!”

영화를 보는 동안 가장 많이 듣는 단어이다. 다소 강아지 이름처럼 들리기도 하는 주인공의 이름은 격앙된 말투로 계속해서 주위 사람들 입에서 튀어나온다. 사람들이 그녀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과연 그녀는 꽃이 되었을까? 와일드 차일드는 이 엉뚱하고, 천상천하 유아독존인 파피의 좌우충돌 인간되기 프로젝트이다.

 


통통 튀는 하이틴 드라마

 와일드 차일드는 우리가 하이틴 드라마에 바라는 거의 모든 것을 담고 있다. 지금은 헐리우드의 비율 갑으로 사랑받는 엠마 로버츠는 이 영화를 통해 영화성적과는 관계없이 매력적인 캐릭터로 대중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기 시작했다. 사고뭉치인 여주인공 파피 무어는 아빠의 특단의 조치로 인해 영국의 기숙학교로 보내진다. 그녀는 그곳을 벗어나기 위해 같은 방 친구들과 동맹을 맺고 갖은 문제를 일으킨다. 다소 조악한 스토리에도 와일드 차일드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것은 소녀들의 힘이다. 파피와 친구들은 내 학창시절을 돌아보게 만드는 엉뚱하고 귀여운 일탈들로 나를 웃음 짓게 만들었다. 물론 그 와중에 만난 섹시남 프레디도 한몫했고.


미국과 영국에 대한 스테레오 타입

영화는 가십걸 같은 분위기로 시작하지만 다운튼 애비로 흘러간다. 영화 전반에 깔린 미국과 영국의 스테레오 타입을 비교해가면서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화려하고 섹시하지만 실속이 없는 미국과 고루하고 센스 없지만 따뜻한 영국의 대비가 계속된다. 코미디적 요소를 위해 강조한 미국과 영국의 신경전은 (왠지 영국이 이긴 것 같기도 하지만 기분탓이다) 결국 적당한 타협을 찾아간다. 영국남자에 대한 이미지가 한국에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확인할 수 있다.


네가 있어야 할 곳

 예쁜 얼굴, 부자 아빠, 섹시한 친구들. 모든 것을 가졌지만 파피는 공허하다. 아무도 그녀의 이름을 진심을 담아 불러주지 않기 때문이다. 알고 보면 동생을 챙기고, 책임감도 강한 그녀가 종일 시끄럽게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그녀의 주변 사람들을 향한 일종의 외침이었다. 내가 여기 있으니 좀 봐달라는. ‘끔찍한’ 영국의 기숙학교에서, 그런 그녀를 마침내 불러준 사람들을 만난다. 규율이나 처벌이 아니라 그녀의 이야기에 귀기울여주고, 이상한 행동들로 그녀를 판단하지 않는 친구들과 킹슬리 선생님을 만난 것이다. 엄마의 비밀은 학교에 남을 명분일 뿐이다. 파피는 요란 떨지 않아도 자신의 존재를 인정해주는 곳을 찾았다.

때로 우리는 갈피를 잡지 못하고 흔들거린다. 그때 필요한 것은 흔들리지 말라고 허리를 붙잡는 지지대도, 바람막이도 아니다. 곁에 서서 함께 흔들거려 줄 친구들이다.

 

 

 

한 줄 평 풍선처럼 터지는 소녀들의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