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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3. 9. 10:00 - 알 수 없는 사용자

신세계 - 두 남자의 찰나의 '청춘'




신세계 - 두 남자의 찰나의 '청춘'

감독 : 박훈정

출연 : 황정민, 최민식, 이정재, 박성웅

장르 : 범죄, 드라마

 


3월 주제 청춘에 걸맞은 작품이야 수도 없이 많겠지만, 이번 주제를 듣자마자 내 머릿속에 떠오른 영화는 이상하게도 <신세계>였다. <신세계>... 이 영화가 과연 청춘과는 어떤 연관이 있기에 생각이 났을까 싶은 사람들도 많이 있겠지만, 난 젊은 날의 정청과 이자성이 횟집 앞에서 담배를 나눠 피우며 다른 파 조직원들을 치러 가는 그 밝은 날의 장면이 청춘에 어울리는 장면으로 순간 떠올랐다. 아직 자리에 오르지 못 한 두 사람이 그저 한낱 조무래기조직원에 지나지 않았던 그 시절 "브라더는 이 형님만 믿으면 돼"라는 정청의 말을 웃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던 그 날들. ‘(조무래기라는 표현 좀 적절치 못 한 것 같지만..)

 

많은 사람들이 청춘을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시절이라고들 하지만, 사실 그들이 말하는 청춘이 그리 빛나는 눈부신, 뭐 아름다운 그런 때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현실이 그렇지 않나? 오히려 고난이 많고 눈물 짜고 괴로워하는 날들이 많은 시기가 청춘이다. 이런 면에서 보면 정청과 이자성의 젊은 날을 보여주는 영화의 이 짧은 장면은 가장 빛나던 날의 그들의 청춘을 잔당처리나 하며 보내는 날로 그려놨으니, 가장 청춘에 어울리는 장면이 아닐까. 씁쓸한 웃음이 나는 청춘이다.

 

사실 나는 <신세계>를 참 늦게도 봤다. 2013년 초에 나와 많은 관객들의 관심을 받으며 흥행에도 성공하고(손익분기점을 배로 넘었으니) 박성웅의 명대사 죽기 전에...’ 시리즈로 수많은 패러디물에 짤까지 인터넷을 떠돌았는데도 뭔가 보고 싶지 않았다. 한국의 <무간도>라고 홍보하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고, 우울해 보이는 포스터도 싫었던 데다가 조폭 이야기는 보지 않겠다고 다짐한지 꽤나 오래였으니. 그러다 마음을 먹고 영화를 보겠다 다짐한 날은 오랜 시간 비행기를 타고 한국을 떠나던 날이었다. 그리고 비행기에 오르자마자 영화를 봤고, 내리는 그 순간까지도 여운이 참 길게도 갔다.

 

강과장의 삶이, 이자성과 정청의 인생이 밝은 날이라고는 하나 없을 것 같은데 그 안에서도 자기들끼리의 웃음을 찾고 추억을 쌓고 정을 나누는 모습들이 참 짠했다. 뒤치다꺼리나 하는 젊은 날을 지나 지금 그 자리에 오른 이들의 모습이 그다지 행복해보이지도 않았는데 그 안에서 웃어 보겠다며, 동생을 웃겨 보겠다며 이런 저런 우스운 짓을 일삼는 정청이 안쓰러웠고 자기편이라곤 한 사람도 없는 강과장이 가엽고 3인자의 자리에서 치고 올르겠다며 고군분투하는 이중구가 무서웠다. 빛날 것 없는 청춘을 보낸 어른들의 현실이 아직도 너무 치열하고 어려워서 답답했다.


그래서일까 전체적으로 어두운 영화 흐름 속에서 잠깐이나마 밝은 장면으로 연출된 정청과 이자성의 옛 모습은 뇌리에 박혔고, 지금보다 별 볼일 없고 하잘 것 없는 일이나 하던 때이지만 웃으면서 기억할 수 있는 시간이기에 추억이 되고 청춘이라 회자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영화를 본 뒤 <신세계>는 후속작을 염두에 두고 만든 작품이라던 감독의 말이 그렇게 기쁠 수 없었다. 정청과 이자성의 청춘으로 불릴 시절을 담을 그 작품이 진심으로 기대가 된다.


 

한줄평 - '젊은날', 그 한 장면의 소중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