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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4. 1. 10:00 - 알 수 없는 사용자

다우트(Doubt, 2008) – 신이시여, 저를 시험하지 마소서

 

 

다우트(Doubt, 2008)
- 신이시여, 저를 시험하지 마소서

 

감독: 존 패트릭 샌리

출연: 메릴 스트립,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

장르: 드라마, 미스터리

 

 

성당을 배경으로, 신부님과 수녀님이 나오는 데다가 제목까지 ‘다우트(회의)’라니. 웬 완벽한 종교영화냐 싶었다. 하지만 영화가 담고 있는 메시지는 종교를 뛰어넘는다. 신에 대해서 말하지 않는 종교영화. 다우트다.

 

 
의심하지 않는 것을 의심하라

우리는 때때로, 아니 많은 경우에 내가 믿는 것을 믿는다. 성 니콜라우스 교구 학교의 교장인 알로이시스 수녀 역시 그렇다. 그녀는 흔들림 없는 사람이다. 그녀가 정한 원칙과 믿음은 언제나 무엇에나 매우 견고하다. 플린 신부에 대한 그녀의 의심은 제임스 수녀의 보고 이전부터 있어왔고, 제임스 수녀의 보고는 이런 그녀의 의심에 완전한 확신을 심어준 것뿐이었다. 그런 그녀가 플린신부를 다른 교구로 보내고 제임스 수녀에게 울면서 고백한다.

I have doubts, I have…such doubts.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의 판단에 ‘확신’을 가진 알로이시스 수녀는 그 확신으로 인해 모든 것을 ‘의심’한다. 자신의 기준에 미달하는 모든 것은 다른 것이 아니라 틀린 것이기에, 틀림을 입증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상대방을 몰아세운다. 학생들도, 제임스 수녀도, 플린 신부도 예외는 없다. 이런 그녀의 잣대에서 자유로운 것은 단 하나. 그녀 자신이다. 영화는 내가 가진 생각과 선입견에 질문하지 않는 순간, 어떤 맹목과 폭력을 불러오는 지를 보여준다.

 

 


숨 막히는 명배우들의 숨 죽이게 하는 연기 대결

나는 메릴 스트립을 좋아한다. 감독이나 시놉시스를 따지지 않고 오직 그녀의 연기만으로도 스크린을 채우는 힘이 있는 몇 안 되는 여배우이기에, 그녀의 필모그래피라면 덮어놓고 일단 본다. 다우트가 개봉했을 때 어느 인터뷰에서 메릴 스트립에게 리포터가 물었다.

“작품 속 인물이 메릴 스트립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외모부터 내면까지 극중 인물을 완벽히 창조하는 것으로 유명하신데요, 알로이시스 수녀와 같이 개성을 드러낼 여지가 적은 캐릭터는 어렵지 않았나요?” 그녀의 대답은 이랬다. “개성을 드러낼 여지가 적다니요! 모든 사람들이 각자 다른 방식으로 자신을 드러내듯이, 영화 속 인물들도 같아요. 둘러쓴 모자의 챙의 폭을 조절하는 정도, 리본 길이, 십자가를 늘어뜨리는 방법. 모든 것이 알로이시스 수녀를 드러내고 있어요.”

역시 내공이 다르구나 싶었다. 무채색의 수녀복 안에서, 어느새 메릴 스트립이 아닌 알로이시스 수녀가 트집을 잡으려는 듯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메릴 스트립 뿐만 아니라 얼마 전 세상을 떠난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 사랑스러운 에이미 아담스, 영화 <헬프>의 비올라 데이비스 모두 연기력으로 관객을 압도한다. 엄숙하고 한정적인 성 니콜라스 교구의 학교에서 각각의 인물들의 격정이 폭발할 때, 보는 이는 저절로 숨을 죽이게 된다.

 

 
믿음, 그리고 의심

어떤 사람이나 사물의 용도와 성질을 규정짓는 순간, 그것은 실제로 그 규정 안에 갇히게 된다. 특히 사람에게는 일종의 낙인처럼 작용할 수 있다. 흔히들 말하는 stereotype은 그 자체로 맹목과 폭력성을 내재하고 있다. 타협 없는 규율과 원칙, 의심 없는 믿음은 관리를 쉽게 만든다. 그러나 그로 인해 잘려나가는 소통은 다양성을 거세하는 결과를 부르기 마련이다. ‘저 사람은 이런 사람이야’라고 쉽게 말할 확신을 위해 타인을 의심하기 전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런 기준을 적용한 나를 의심하는 것이다. 믿음과 의심은 서로 상충되는 것이 아니다. 믿음은 의심을 전제로 할 때 가치를 가질 수 있다.

 

한 줄 평 답은 오직 질문이 있을 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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